오닐이라면 가장 먼저 물었을 질문: "지금 시장의 추세는 무엇인가"
윌리엄 오닐의 CANSLIM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사실 개별 종목 지표가 아니라 M — Market Direction(시장 방향성) 입니다. 그는 "아무리 좋은 종목도 전체 시장이 하락 추세일 때는 4개 중 3개가 함께 끌려 내려간다"고 봤죠. 이 원칙에 비추어 최근 코스피를 보면,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.
- 코스피는 최근 고점 9,385.59 대비 -40% 이상 조정을 겪었습니다.
- 20일선, 60일선이 모두 아래로 꺾인 채 정배열이 무너진 구간입니다.
- 오닐 방식으로 보면 이건 전형적인 "확인된 하락 추세(confirmed downtrend)" 구간이며, 이럴 때 개별 종목의 저가 매수는 원칙적으로 배제 대상입니다.
분산일(Distribution Day) 관점에서 본 외국인 매도
오닐의 분산일 카운트 개념은 "거래량을 동반한 지수 하락일이 짧은 기간 내 몇 번 쌓이는가"를 봅니다. 지금 상황을 이 틀로 재구성하면:
- 연초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도가 약 -160조원 규모로,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한 매도 흐름입니다.
- 이는 단발성 매도가 아니라 누적된 분산 압력으로 해석할 수 있고, 오닐이라면 이걸 "기관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 신호"로 분류했을 겁니다.
- 오닐의 원칙 중 하나는 "지수가 약할 때는 호재가 나와도 힘을 못 쓰고, 지수가 강할 때는 악재가 나와도 버틴다"인데, 정확히 지금 코스피가 그 반대쪽에 서 있는 셈이죠.
금리 인상 — 오닐이 늘 강조한 "돈의 가격"
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.50%에서 2.75%로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점도 짚어볼 만합니다. 오닐은 금리를 개별 종목 분석 이전의 거시 필터로 활용했는데, 이유는 단순합니다:
- 할인율이 오르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고, 특히 성장주·반도체처럼 미래 실적 기대가 밸류에이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.
- 신용융자 잔고 약 33조원이라는 수치도 오닐식으로 보면 "레버리지가 낀 시장은 하락이 시작되면 반대매매 → 추가 하락의 되먹임 구조로 낙폭이 커진다"는 전형적 위험 신호입니다.
마이크로소프트·메타의 실적은 진짜 호재였나
오닐은 "겉으로 보이는 숫자"보다 **"시장이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"**를 항상 우선했습니다.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매출, 애저 매출 1,000억 달러 돌파, 메타의 공격적 CapEx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·SK하이닉스에 우호적인 뉴스입니다.
하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 증가율이 2026년 78.5%에서 2027년 30.2%로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핵심입니다. 오닐의 관점에서는:
"시장은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아니라 이익 증가율의 방향을 먼저 반영한다."
즉 반도체 기업들이 작년보다 더 많이 벌어도,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순간 시장은 이를 성장 정체로 해석하고 주가에 선반영합니다. 이번 삼성전자·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후 주가 반응이 엇갈렸던 것도 이 증가율 둔화 우려가 이미 시장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.
그래서, 지금은 반등인가 추세 전환인가
오닐이 가장 자주 남긴 경고 중 하나가 "반등(rally attempt)과 진짜 추세 전환(follow-through day)을 혼동하지 말라"는 것입니다. 그의 기준을 적용하면:
- 팔로우스루 데이 확인 전까지는 관망 — 단순히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, 거래량을 동반한 4일차 이후의 강한 상승(팔로우스루)은 다른 신호입니다.
- 선도주(리더 종목)가 먼저 신고가를 회복하는지 확인 — 지수보다 개별 우량주의 상대강도가 먼저 살아나는지가 진짜 바닥의 단서입니다.
- 외국인 수급 전환 여부 — 오닐 자신은 기관 수급을 최우선 지표로 삼았던 만큼, 외국인 순매도가 순매수로 방향을 트는지가 관건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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